[2011년 3월 19-20일]
야호!
드디어 뮬러 산장에 도착했다. 벌건 흙에 미끄럽고 가파르게 박힌 바위들을 쉼없이 기어 오르는 오르막, 앉아서 쉴 곳조차 여의치 않은 마지막 삼십분을 오르고 나니 저 멀리 붉은 산장이 눈에 들어왔다. 살았다!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웰컴! 하고 손을 흔든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내무반처럼 생긴 두 개의 방에 간단한 매트리스가 줄지어 깔려 있고, 부엌과 거실을 겸한 넓은 공간이 따로 있었다. 도착 시간 오후 다섯 시, 우리가 마지막일 거라 생각했는데 아직도 주인 없는 매트리스가 여러 개 눈에 띄었다. 산장에 머물 수 있는 인원은 하루 서른 명이다. 저녁 일곱시에는 모두 거실에 모여 산장지기의 이야기(Hut Talk)를 듣고, 산 아래 본부에서 치는 무전에 응답해 무사히 잘 도착했음을 알려야 한다.
저녁을 준비하거나 따뜻한 차를 마시는 사람들로 거실이 분주하다. 바깥은 차갑고 맑은 영하의 날씨지만, 거실은 불기와 온기로 포근하다. 그런데 창문 저 너머로 누군가 텐트를 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정말 그 친구야? 장군이 놀란 눈으로 묻는다. 테카포 호수에서 우리와 같은 방에 묵었던 영국인 여행객이었다. 만일 산장 등록을 놓치면 텐트를 치고 잘 생각이라 하더니, 정말 텐트를 쳤다. 아니, 정말 이 곳까지 텐트를 지고 왔다!
산장지기의 배려로 부엌을 사용하러 들어온 그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정말 괜찮겠어요? 했더니 가진 옷을 다 껴 입고 침낭에 쏙 들어가면 괜찮아요, 걱정 말아요. 한다. 그럴 가치가 있어요, 오늘은 수퍼 나잇이잖아요, 하고 씩 웃으면서.
그 때였다.
와아아! 나와 봐! 어서!
한 남자가 밖으로 난 거실의 문을 벌컥 열고 친구들을 불렀다. 서너명이 우르르 몰려 나가고, 그 기세에 모두들 덩달아 밖으로 나가거나 창 밖으로 몸을 길게 빼고 하늘을 보았다. 거대한 산그림자를 드리우는 해가 이제 막 눕기 시작했는데, 하늘 저 쪽에 해만큼이나 크고 둥근 달이 또렷이 떴다. 곧 하늘이 빛을 바꾸기 시작했다. 완전하게 푸른 하늘과 붉은 태양과 하얀 달이 서로에게 스며드는 빛깔, 저런 하늘빛을 본 일이 있었던가 생각했다. 모두들 넋을 잃고 오렌지빛 보랏빛으로 시시각각 모습을 바꾸는 하늘을 보았다.
저게 수퍼문(Super Moon)이야.
누군가 말했다. 조금 전 그가 수퍼 나잇이라고 했던 게 이 말이었구나. 지구 주위를 돌던 달이 가끔 지구에 바짝 다가서는 날이 있다고 했다. 아주 드물게 한 번쯤은 그 날의 달이 보름일 때가 있고, 지구에 가장 가까이 다가온 보름달을 수퍼문이라 부른다고 했다. 이 곳에 있는 우리 모두가 럭키한 사람들, 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그 말에 주변의 몇몇이 축하의 말을 건넨다. 힘들게 올라온 보람이 있어요. 내내 흐리던 하늘도 이렇게 맑군요. 축하합니다. Cheers!
그리고 곧, 달의 시간이 되었다. 사위가 대낮처럼 하얗게 밝아졌다. 세상의 산마루 곳곳에서 처연히 흐느끼는 늑대 인간들을 모두 구원할 수 있을 것 같은 시린 달빛이었다. 길잃고 산을 헤매다 웅크린 이들이 모두 집을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밝은 달빛이었다. 산 아래는 달보다 밝은 것들이 너무 많아, 알지 못했다. 달이 얼마나 크고 아름다운지, 달빛이 얼마나 시리도록 희고 밝은지.
낮의 고생이 모두 녹아들었다. 달이 우리들에게 가장 가까이 온 날, 우리들은 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달을 맞은 셈이었다. 예기치 않은 아름다움을 마주하게 된 운좋은 날이다. 저 달이 우리를 이리로 당겼나보다, 고마워하며 내내 오래도록 달을 보았다. 달에 가지 않는 이상, 아마도 다시 이렇게 가까이서 달의 얼굴을 마주하는 일은 없으리라. 어쩐지 마음이 조금 먹먹해지던 밤.
Fly me to the moon, let me play among the sta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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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래서, 그러나
아름답다...
난 체력이 딸려 안되겠지?
확 떠나고 싶다
인도만 안 오면 괜찮을 거야. 뉴질랜드 정도야 뭐. :D
나도 다시 가고 싶다 남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