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저게 뭐… 으아아아! 

어느 날 아침의 일이다. 탁구공보다 조금 큰 두 개의 검은 동그라미가 빠르게 교실 구석으로 굴러갔다. 찰나의 정적 후 일제히 소리를 지르며 발을 굴렀다. 그 녀석들도 놀랐는지 쏜살같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번 주 우리 팀에 합류한 새로운 멤버, 쥐다. 처음 도착하곤 쥐가 나올 만한 교실인데 없어서 다행이야 모두들 안도했건만. 이 곳에 머문 지 열흘만에야 처음 나타난 걸 보면 길을 잃었거나 사람 눈에 띄는 대낮에 나다니지 말라는 엄마 말을 안 듣는 녀석들이거나 둘 중 하나다. 난생 처음 쥐와 한 공간에서 먹고 자는구나.

전전긍긍했다. 그 날 오후 누군가 교실 뒤의 음식 바구니를 여는 순간 숨어 있던 녀석이 튀어 올라온 뒤로는 괴생물체가 등장하는 공포 영화 속 긴장이 감돌았다. 옷을 갈아입으러 탈의실 블랭킷을 걷는 순간, 모기장을 치고 걷는 순간, 물건을 꺼내려 가방을 여는 순간 눈을 질끈 감고 후다닥 뒤로 물러섰다. 나는 밤에도 쉽사리 잠들지 못했다. 눈을 떴는데 코 앞에서 녀석이 찍찍대는 상상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러다 침낭 속에서 내 발로 종아리를 건드려 놓고 기겁하며 침낭을 열어 제쳤다. 머리가 멈췄다. 아무 생각이 안 났다. 

그런데요, 시스터 애비, 쥐가 왜 싫어요? 

다음 날 아침, 굴러가는 먼지에도 기겁할 준비가 된 퀭한 얼굴의 내게 올가가 물었다. 

아… 생각해 본 적 없는데. 그렇지만 쥐잖아! 쥐가 싫은데 이유가 필요해? 
흐히히히. 나는 쥐가 너무 작아서 다칠까 봐 걱정이예요. 우리가 밟기라도 할까봐요. 

끄아아아아 내 발에 밟힌 쥐는 더 싫어. 

잘 잤니 아가들아? 조심해, 우리 다 일어났다-
아아 이 녀석들, 빵을 쏠았어. 이건 버려야겠고, 이건 잘라내야겠다.
잘 덮어 놔야겠네요, 틈을 주지 말아야겠어.
우리 애완동물을 갖게 됐네, 그것도 두 마리나!

아침 먹는 밥상에서 태평한 얼굴로, 하나 둘, 동조하기 시작했다. 
이 사람들 왜 이렇게 적응이 빠른 거야?

아주 어렸을 때, 나는 송충이를 예뻐했다고 했다. 나뭇잎에 붙은 송충이를 손바닥에 올려 놓고 “엄마, 이거 (털 보송보송한) 새끼 강아지야, 간지러워” 하며 만져 보라고 엄마를 종용했다는 믿을 수 없는 증언이 있었다. 그러나 내 의식 속 송충이란 여덟살 여름의 기억이 가장 강렬하다. 서울에서 한 시간 떨어진 근교의 작은 도시로 이사한 첫 여름 어느 날, 아침에 집을 나섰는데 길가의 나무에서 떨어진 송충이와 여름 비에 올라온 지렁이들이 길 위에 즐비했다. 결국 몇 발짝 떼지도 못하고 돌아와 기겁을 하며 울었고, 한동안 아빠 차에 실리거나 엄마 등에 업혀 학교에 다녔다. 그 두 시기 사이에 나와 송충이 사이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아아 알았다고, 애완동물 하자, 해. 거꾸로 받아들이지 못할 건 뭐야. 
람쥐도 쥐고 햄스터도 쥐잖아. 어떤 놈만 귀엽고 어떤 놈은 징그러울 것도 없지.

그들이 내 눈 앞에 나타나면 수십 년 전 무엇처럼 손바닥에 올려 놓고 어를 자신은 끝까지 없었으나, 신기하게도 마음을 먹고 나니 그 아침 이후 나 역시 그 검은 생물체들을 ‘애완동물(our pet)’이라고 부르는 것이 빠르게 아무렇지 않아졌다. 병을 옮길 수 있으니 먹을 것만 손대지 못하도록 열심히 지켰을 뿐, 나중엔 아가들이 교실 모서리를 두다다다 달리는 모습을 보아도 "넘어진다 조심해라" 하고 말할 만큼. 학습과 적응에 의해 인간은 대체 얼마나 많은 것을 (그것도 단시간에) 바꿀 수 있는가!

그것이 위생에 대한 교육 때문이건 사회화 중에 체화된 포비아(Phobia) 때문이건, 도시에서는 앞뒤 잴 것 없이 적으로 간주했던 - 그래서 박멸과 도주만이 관계의 전부였던 - 존재들과의 공존에 조금씩 익숙해진다. 바퀴벌레와, 모기와, 거미와, 쥐와, 수많은 날벌레들과의 동거. 오래 전부터 인간이 사는 곳엔 자연히 다른 생물들도 있기 마련이었을 테고, 원래는 그렇게 사이가 나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네들의 입장에선 적반하장, 조상 대대로 터내린 곳에 우리가 서식하는 것일지도 모르지.

사이좋게 지냅시다 여러분.
우리들 평화 캠프의 대상은 한계가 없으니까요.

DSLR-A350 | 1/125sec | F/4.5 | 0.00 EV | 70.0mm | ISO-100 | 2010:08:20 07:26:17

쥐도 사람도 정신 못 차리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티모르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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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래서, 그러나

  1. Abby. 2011/01/14 13:12 |  댓글 링크 |  수정 및 삭제 |  대댓글

    거기 있을 땐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티모르 빵 굽는 법을 배웠으면 정말 좋았을 뻔 했다.
    다시 티모르에 가긴 어려울 텐데, 만드는 법을 배울 걸.

    무겁고 촘촘하고 담백하고 달콤해서
    한 덩이만 먹어도 배가 든든한
    정말 정말 맛있는 빵들.

    캠프 이후, 다른 참가자들도 자주 빵 얘기를 한다. ㅎㅎ
    I miss Timorese Paun SO SO SO MUCH!

  2. james barrie 2011/01/18 15:37 |  댓글 링크 |  수정 및 삭제 |  대댓글

    쥐는 뭔가 나쁜짓을 한 벌로 꼬리가 그렇게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하여간 꼬리 땜에 싫어.
    같은 이유로 지렁이도 싫어.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