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는 어제도 펄펄 뛰었다. 벤똥과 내가 두부 세 모를 1달러에 사 온 탓이다. 그러게, 우리도 안다구. 시장의 두부 아저씨도 처음엔 우리에게 1달러에 여섯 모라고 했어. 그런데 돈을 받더니 봉지에 두부 세 모를 담는 거야. 여섯 모 아니예요? 손짓하니까, 이거 한 덩어리가 두 모야, 반을 자른 게 한 모지. 하더라. 빙글빙글 웃는 장사치 표정, 낄낄대는 주변 남자들 반응 보면 알잖아. 여섯 모 주세요. 여섯 모 줬잖아. 거짓말인 거 알아요. 진짜야, 친구(friend), 우린 친구(collega)잖아.
휴우. 이미 돈은 줬고, 아저씨가 두부를 더 줄 것 같지는 않고, 더 실랑이하기도 싫고,생각해 보니 우리가 저녁으로 두부 여섯 모를 다 먹지도 못할 것 같고.
아저씨, 거짓말인 거 알아요. 친구라면서, 티모르에서는 친구에게 이렇게 하나요? 친구에게 이러는 게 장기적으로 아저씨 나라에 얼마나 나쁠지 생각하시라고요. 알아듣거나 말거나 정색하고 영어로 얘기해 주고 왔어.
히유. 티모르 레스떼 까락터. 제발, 그만!! Stop, Timor Leste! No more!!
올가, 소용 없어. 우리가 적응해 버린 걸. 참아라 - 우리는 숫제 올가가 우리와 한 팀이라는 걸 아는 사람들이 올가에게도 바가지를 씌우려 들지는 않을지, 외국인 편을 드는 나쁜 년이라고 해코지를 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처음이었어, 어떤 남자 아이들이 직접 시비를 걸더라.
오늘도? 오늘은 장과 유끼, 영희 언니, 짤리들이 우르르 함께 시장에 갔었다. 한 사람은 살 게 있어서, 한 사람은 구경 삼아 저녁 당번들을 따라 나선 차였다. 시장 골목에서 서성이던 젊은 남자 몇이 시비를 건 모양이었다. 장군에게 물었더니 별 거 아냐, 그 중에 한 애가 특히 그랬는데, 나머지 애들이 바로 미안하다 하더라구. 한다. 이것 참, 질풍노도의 나날들이로구나.
DSLR-A350 | 1/800sec | F/4.5 | +1.70 EV | 40.0mm | ISO-100 | 2010:08:20 11:22:45
라하네 마을 초입의 할릴라란(Halilaran), 탈 많은 그 곳은 동티모르의 수도 딜리에서 가장 큰 시장 중 하나다. 하루 세 끼를 일곱명이 팀 짜서 맡다 보면 모두 하루에 한 번은 들르게 되는 우리들의 밥줄. 여행 중 시장 구경처럼 즐거운 것도 없는데, 이 곳에선 조금 사정이 다르다. 적대적인 청년들이 많아서, 쉬 바가지를 씌우려 들어서 - 물론 그렇기도 하거니와.
상인들은 우리들에게도 익숙한 몸짓으로 지나는 사람들을 유혹한다. “이거 어디어디서 유행하는 거야” , “최신이야” 하며 “헤이, 헤이” 발길을 잡는 총천연의 화려한 옷과 신발이 등장하고, 껌 좀 씹을 것 같은 날카로운 인상의 청년들은 그 중 일부를 주렁주렁 걸치고 맵시를 뽐낸다. 길고 늘씬한 적도(赤道)의 청년들이 공들인 그 맵시는 슬프게도 그 ‘어디어디’에선 오래 전 유통기한이 지나 아무도 하지 않는 철지난 패션이다.
시장에서 맞닥뜨리는 사람들은 우리와 눈을 맞추기도 전 우리의 차림새를 훑는다. 내 몸에 머무는 그 시선들을 따라, 나는 보지 않아도 그 날 내 차림 어디에 브랜드가 붙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모자 쓴 이마에, 목 뒤에, 허벅지에, 오른쪽 힙에 - 그렇게 많은 브랜드가 내 몸 이 곳 저 곳에 붙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로스팔로스에서는 없었던 일이었다. 사람들의 눈빛은 딜리가 도시임을 상기시켰다.
도시는 대체로 조바심치며 올려다보는 대상을 가졌다. 지방 소도시는 수도를, 수도는 더 잘 사는 나라의 어딘가를, 그 도시는 다시 제국의 메트로폴리스를 바라보는 동경(憧憬)의 먹이사슬. 누군가를 노골적으로 따라하는 행위는 시나브로 '벤치마킹'이라 불리는 바람직한 배움의 자세로 격상되었다. 선망이 깊을수록 자존감은 얕았고, 동경이 진할수록 정체성은 옅어졌다. 자신을 잃은 자가 매력적일 리 없어, 점점 정체불명의 잡탕이 되어 가던 나의 도시 또한 빛을 잃었다. 나 어릴 적의 흔적은 커녕 고작 몇 해 전의 흔적도 찾기 어려운 공간, 마치 반세기 전에는 아무도 살지 않아 아무 역사도 없는 듯 최신의 헛것들로 채워진 공간엔 2류의 뉴욕도 3류의 파리도 있었으되 그 자신은 없었다. 수 년을, 매일같이 근사한 빌딩의 숲을 지나 일터로 갈 때마다 나는 근본없는 자식처럼 흔들렸다.
도시가 사람을 만드는지 사람을 도시가 만드는지, 콩나물 시루 같은 그 곳에 담긴 나와 같은 사람들은 몸붙여 사는 도시를 닮지 않을 재간이 없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삶 위에 발을 딛고 있는지 응시하며 스스로와 평화하는 법을 잊은 시선은 불안하게 밖으로 향했다. A는 B를, B는 C를, C는 D를 살피는 행위에서조차, 남들을 흘낏대는 것이 나만이 아님을 확인하며 안도했다. 텅 빈 마음을 어쩌지 못하는 폭식증 환자처럼, 필요하지 않을 뿐 아니라 실은 별로 원하지도 않는 것들을 다만 남들만큼 하기 위해 채우고 쟁였다. 찰나적인 만족은 곧 내면을 더 깊이 긁었다. 아프고 배고픈 마음은 또 다른 것을 찾았다. 악순환이었다.
휴우. 이미 돈은 줬고, 아저씨가 두부를 더 줄 것 같지는 않고, 더 실랑이하기도 싫고,생각해 보니 우리가 저녁으로 두부 여섯 모를 다 먹지도 못할 것 같고.
아저씨, 거짓말인 거 알아요. 친구라면서, 티모르에서는 친구에게 이렇게 하나요? 친구에게 이러는 게 장기적으로 아저씨 나라에 얼마나 나쁠지 생각하시라고요. 알아듣거나 말거나 정색하고 영어로 얘기해 주고 왔어.
히유. 티모르 레스떼 까락터. 제발, 그만!! Stop, Timor Leste! No more!!
올가, 소용 없어. 우리가 적응해 버린 걸. 참아라 - 우리는 숫제 올가가 우리와 한 팀이라는 걸 아는 사람들이 올가에게도 바가지를 씌우려 들지는 않을지, 외국인 편을 드는 나쁜 년이라고 해코지를 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처음이었어, 어떤 남자 아이들이 직접 시비를 걸더라.
오늘도? 오늘은 장과 유끼, 영희 언니, 짤리들이 우르르 함께 시장에 갔었다. 한 사람은 살 게 있어서, 한 사람은 구경 삼아 저녁 당번들을 따라 나선 차였다. 시장 골목에서 서성이던 젊은 남자 몇이 시비를 건 모양이었다. 장군에게 물었더니 별 거 아냐, 그 중에 한 애가 특히 그랬는데, 나머지 애들이 바로 미안하다 하더라구. 한다. 이것 참, 질풍노도의 나날들이로구나.
라하네 마을 초입의 할릴라란(Halilaran), 탈 많은 그 곳은 동티모르의 수도 딜리에서 가장 큰 시장 중 하나다. 하루 세 끼를 일곱명이 팀 짜서 맡다 보면 모두 하루에 한 번은 들르게 되는 우리들의 밥줄. 여행 중 시장 구경처럼 즐거운 것도 없는데, 이 곳에선 조금 사정이 다르다. 적대적인 청년들이 많아서, 쉬 바가지를 씌우려 들어서 - 물론 그렇기도 하거니와.
상인들은 우리들에게도 익숙한 몸짓으로 지나는 사람들을 유혹한다. “이거 어디어디서 유행하는 거야” , “최신이야” 하며 “헤이, 헤이” 발길을 잡는 총천연의 화려한 옷과 신발이 등장하고, 껌 좀 씹을 것 같은 날카로운 인상의 청년들은 그 중 일부를 주렁주렁 걸치고 맵시를 뽐낸다. 길고 늘씬한 적도(赤道)의 청년들이 공들인 그 맵시는 슬프게도 그 ‘어디어디’에선 오래 전 유통기한이 지나 아무도 하지 않는 철지난 패션이다.
시장에서 맞닥뜨리는 사람들은 우리와 눈을 맞추기도 전 우리의 차림새를 훑는다. 내 몸에 머무는 그 시선들을 따라, 나는 보지 않아도 그 날 내 차림 어디에 브랜드가 붙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모자 쓴 이마에, 목 뒤에, 허벅지에, 오른쪽 힙에 - 그렇게 많은 브랜드가 내 몸 이 곳 저 곳에 붙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로스팔로스에서는 없었던 일이었다. 사람들의 눈빛은 딜리가 도시임을 상기시켰다.
도시는 대체로 조바심치며 올려다보는 대상을 가졌다. 지방 소도시는 수도를, 수도는 더 잘 사는 나라의 어딘가를, 그 도시는 다시 제국의 메트로폴리스를 바라보는 동경(憧憬)의 먹이사슬. 누군가를 노골적으로 따라하는 행위는 시나브로 '벤치마킹'이라 불리는 바람직한 배움의 자세로 격상되었다. 선망이 깊을수록 자존감은 얕았고, 동경이 진할수록 정체성은 옅어졌다. 자신을 잃은 자가 매력적일 리 없어, 점점 정체불명의 잡탕이 되어 가던 나의 도시 또한 빛을 잃었다. 나 어릴 적의 흔적은 커녕 고작 몇 해 전의 흔적도 찾기 어려운 공간, 마치 반세기 전에는 아무도 살지 않아 아무 역사도 없는 듯 최신의 헛것들로 채워진 공간엔 2류의 뉴욕도 3류의 파리도 있었으되 그 자신은 없었다. 수 년을, 매일같이 근사한 빌딩의 숲을 지나 일터로 갈 때마다 나는 근본없는 자식처럼 흔들렸다.
도시가 사람을 만드는지 사람을 도시가 만드는지, 콩나물 시루 같은 그 곳에 담긴 나와 같은 사람들은 몸붙여 사는 도시를 닮지 않을 재간이 없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삶 위에 발을 딛고 있는지 응시하며 스스로와 평화하는 법을 잊은 시선은 불안하게 밖으로 향했다. A는 B를, B는 C를, C는 D를 살피는 행위에서조차, 남들을 흘낏대는 것이 나만이 아님을 확인하며 안도했다. 텅 빈 마음을 어쩌지 못하는 폭식증 환자처럼, 필요하지 않을 뿐 아니라 실은 별로 원하지도 않는 것들을 다만 남들만큼 하기 위해 채우고 쟁였다. 찰나적인 만족은 곧 내면을 더 깊이 긁었다. 아프고 배고픈 마음은 또 다른 것을 찾았다. 악순환이었다.
Vanity of vanities! All is vanity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피라밋의 꼭대기에 앉은 자들은 그 모든 선망에 걸맞는 궁극의 경치를 노래해야 한다.
그들이 노래하는 한결같은 무상함은, 세상 모든 팔로워(Follower)들에 대한 배신이다.
그렇게 부정 당할 것을 알면서도 같은 길 오르기를 멈추지 못하는 도시는 그러므로
슬프고 슬프며 슬프고 슬프니 모든 것이 슬프도다.
할릴라란에서 도시를 본다. 먹이사슬 가장 밑바닥에 있는 도시다. 열대의 나라에서 원없이 먹으리라 기대했던 즙 많고 싱싱한 과일들은 돈이 되는 외국의 식탁으로 보내졌다. 존중 대신 부러움의 위계가 지배하는 먹이사슬에서 가난한 자들의 실한 것은 쉬이 부자들의 부스러기와 등치를 이룬다. 그렇게, 시장엔 과일 대신 낡고 잡스러운 공산품이 더 많은 자리를 차지했다. 부스러기만으로도 - 어쩌면 부스러기라서 - 야속하게 불당겨진 사람들의 욕심은 시장 곁 강가에 넘쳐나는 갖가지 쓰레기를 잔해로 남겼다. 결국 내 것 중에서도 남의 것 중에서도 부스러기를 차지한 사람들 속에 나부대는 결핍감은 적의를 낳았다. 그들이 미움과 부러움 섞인 눈빛으로 부질없이 거는 시비에 내 잘못은 정말, 조금도 없는 걸까. 할릴라란에서 읽히는 혼란, 그 혼란의 일부가 내 책임인 것만 같은 혐의를 시원하게 벗기 어렵다.
할릴라란에 가는 일은 입맛 쓰다.
쓴 입을 달래 줄 과일도 거기 없다.
DSLR-A350 | 1/1000sec | F/4.5 | +1.00 EV | 35.0mm | ISO-100 | 2010:08:20 11:16:25
그들이 노래하는 한결같은 무상함은, 세상 모든 팔로워(Follower)들에 대한 배신이다.
그렇게 부정 당할 것을 알면서도 같은 길 오르기를 멈추지 못하는 도시는 그러므로
슬프고 슬프며 슬프고 슬프니 모든 것이 슬프도다.
할릴라란에서 도시를 본다. 먹이사슬 가장 밑바닥에 있는 도시다. 열대의 나라에서 원없이 먹으리라 기대했던 즙 많고 싱싱한 과일들은 돈이 되는 외국의 식탁으로 보내졌다. 존중 대신 부러움의 위계가 지배하는 먹이사슬에서 가난한 자들의 실한 것은 쉬이 부자들의 부스러기와 등치를 이룬다. 그렇게, 시장엔 과일 대신 낡고 잡스러운 공산품이 더 많은 자리를 차지했다. 부스러기만으로도 - 어쩌면 부스러기라서 - 야속하게 불당겨진 사람들의 욕심은 시장 곁 강가에 넘쳐나는 갖가지 쓰레기를 잔해로 남겼다. 결국 내 것 중에서도 남의 것 중에서도 부스러기를 차지한 사람들 속에 나부대는 결핍감은 적의를 낳았다. 그들이 미움과 부러움 섞인 눈빛으로 부질없이 거는 시비에 내 잘못은 정말, 조금도 없는 걸까. 할릴라란에서 읽히는 혼란, 그 혼란의 일부가 내 책임인 것만 같은 혐의를 시원하게 벗기 어렵다.
할릴라란에 가는 일은 입맛 쓰다.
쓴 입을 달래 줄 과일도 거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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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래서, 그러나
언젠가 이집트에 있을때 노르웨인가 덴마큰가 하는 중년의 여행객하고 택시를 탔더랬어. 내가 택시기사가 자꾸 바가지 씌우려고 해서 짜증난다 툴툴거리니까 맞다고 하면서, 한국은 물가는 비싸지만 기사들은 친절했다고 그러더라. 그러면서 인천공항에서 종로의 호텔까지 삽십만원인데 오만원씩이나 빼줬다고 하면서....
푸하하하. 어떻게 하니... ㅠㅜ 웃긴데 화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