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시도 추운 어느 역에서였다.
열차 복도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던 우리 눈에
볼이 발갛게 얼어 막 우리 열차에 오른 어느 나이 지긋한 부인이 들어왔다.
그녀는
두꺼운 겉옷과 모자와 장갑을 벗을 생각도
몇 개의 커다란 가방을 객실에 들여 놓으려는 생각도 없어 보였고
다만 복도 창가에 꼭 붙어 서서
플랫폼의 한 아가씨에게 끊임 없이 인사를 보냈다.
손으로 키스를 보내기도 하고,
멀리서도 볼 수 있도록 활짝 웃어 큰 미소를 보내기도 하고,
입모양으로 나지막이 무언가를 말하기도 하고 – 아마도 사랑한다는 말이었으리라,
이방인도 알아 들을 법한 몸짓으로 추우니 어서 들어가라는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눈만 내놓은 채 두꺼운 코트에 얼굴을 모두 묻은 열차 밖의 아가씨는
미동도 없이 서서 간혹 고개를 끄덕였다.
열차가 플랫폼을 떠날 때까지 꽤 길게 느껴진 시간 동안
두 사람은 열차 안팎에 그렇게 서 있었다.
한 눈에 보였던
그들의 사이.
떠나는 부인을 배웅하기 위해 동행한 아가씨가
지독히 추운 날씨에 역에서 떠는 걸 보다 못한 부인은
내가 들어가야 이 아이가 집에 가겠구나 생각하고
나 이제 간다, 하며 열차를 탔을 테다.
그러나 아마도
그녀가 거기에 있는 한 발길을 돌릴 수 없었을 아가씨는
말을 안 듣고 플랫폼에 못박힌 듯 섰을 테고
그녀 역시 몸은 열차에 실었지만 객실로 들어가지 못하고
본능처럼, 사랑한다, 건강하렴, 사랑한다, 한 번 더 말하는 데 골몰했을 테다.
나는
바깥에 선 아가씨가
추운 줄도 모른 채
차마 손을 흔들지도 못하고
속울음을 울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열차가 서서히 출발하고도
눈에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들은 오래도록 서서 서로를 확인했다.
오랜 시간을 그렇게 해 왔던 몸짓과 눈빛이었다.
열차가 역을 완전히 벗어나자
부인은 붉어진 눈가를 꾹꾹 누르곤
씩씩하고 우아하게 으쌰, 하고 가방들을 객실로 옮겨 넣었다.
어쩐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그 풍경에 갑자기 동요하는 목울대를 달래려고
뜨거운 차를 한 모금 넘겼지만,
이런, 이미 늦었다.
나도
나의 그녀가 보고 싶다.

'길 위에 > Russia, 2009' 카테고리의 다른 글
| 7. 안녕, 이르쿠츠크! (3) | 2010/03/10 |
|---|---|
| 6. 시베리아 횡단 열차 횡단하기 (2) | 2010/03/02 |
| 5. 어느 역에서 (7) | 2010/02/23 |
| 4. 길 위의 세상, 시베리아 횡단 열차 (8) | 2010/02/16 |
| 3. 블라디보스톡, 시작과 끝을 지닌 도시 (2) | 2010/02/08 |
| 2. 대책 없는 인간들의 여행 킥오프 (3) | 2009/12/01 |


그런데, 그래서, 그러나
한 편의 시나 소설을 보는 듯 하군요~~
아, 일해야 되는데.....
책임지세욧~~
"나도 나의 그녀가 보고 싶다"
저두요~~
저희 엄마가 지금 한국에 안 계셔서
가끔 한국 들어오셨다가 나가실 때
저도 엄마 말 안 듣고 공항까지 따라가 끝까지 있곤 했거든요. :)
엄마가 정말 보고 싶은 날이었는데 눈물이 후드득, 쏟아졌어요.
그나저나,
간사님이 이 곳 글들을 보시니
저희들 원고 잘 써야곘다 싶은데요,
효과적으로 압박 받고 있습니다. ㅎㅎ
압박하려고 한 건 아닌데....ㅎㅎㅎ
일석이조군요~~
조금 일찍 출근하는 편입니다.
큐티하고 이것저것 메일 확인하고 보내고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기 전이나,
점심 먹고 잠시 오후 일과 시작하기 전
들러 좋은 기운 얻고 갑니다.
전 예전부터 동유럽 너무 가고 싶었어요.
특히 야쿠프 쉬카네더의 그림이 있는
프라하 국립미술관은 꼭 들러서 직접 보고 싶거든요~~ㅋㅋ
아 부러버라~~ㅋㅋㅋ
네, 저도 페테르부르크에서 직접 본 램브란트 그림은 정말 강렬했어요. 소름이 돋았거든요.
제가 부러운데요, 동유럽 여행이라니!
안녕하세요 Abby님, 시심을 통해 이곳에 오게되었어요^^
부모님이 외국에 계신데다 저 자신도 일본에 있는지라,
여행기를 처음부터 죽 읽어오다가 이 글에서 울컥했네요.
저는 일본에서 유학중에 있는 ivf학생이예요:)
이름은 김소향(유우나)이라고 합니다.
유우나라는 이름은 일본에서 쓰고있어요.
소향이든 유우나든 유짱이든, 편한대로 불러주세요^^
저도 조기성 간사님처럼 아껴아껴 읽고 싶은데 손이 자꾸 가네요..ㅎㅎ
유짱님~ 시심 친구 반가워요.
트위터 팔로우 드렸습니다. ^^
안녕하세요 유짱님 :) 소향이란 이름도 예쁘고 유우나란 이름도 예뻐요-
일본에 큰 재해가 났다는 소식 들었는데 괜찮으신가요?
직접이야 별 일이 없으시리라 생각하지만,
저희도 호주에 있는 동안 이런 저런 재해들이 있었는데 마음이 심상해지지 않더라고요,
그나저나, 저는 집이건 학교건 동네건
나오면 나온 곳을 그다지 그리워하지 않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그리고 실제로도 아주 많이 생각하지는 않는데도
가끔 그렇게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일들에 맞딱뜨리고 있어요.
오늘도 엄마가 그리운 밤이랍니다. :) 평화를 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