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2일]
장군의 뎅기 덕에, 몸을 살피고 가라는 데시의 조언 덕에 예정에 없던 우붓에서 닷새를 보냈다.
마마는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해 두시고 (그것도 가격을 더 못 깎아 미안하다며 연신, 괜찮겠니? 물으시면서) 차로 우리들을 실어 나르셨다.
내륙인 우붓으로 올라오는 길은 다소 꼬불꼬불한 산길과 작은 시골길을 타야 했는데
알고 보니 운전해서 오시는 건 처음이라 땀을 뻘뻘 흘리시면서도, 재미있지 않니? 하고 깔깔깔깔 웃으신다.
도착 후에는 게스트 하우스 방을 골라 멀쩡한 지 확인하시고,
주인에게 특별히 불편 없이 잘 돌봐 달라 당부에 당부를 거듭하신 후,
언제 다녀오셨는지 물과 빵과 간식 거리를 한아름 사서 방 안에 툭, 던지시고는
저녁 같이 하고 가시라 잡고 잡아도, 야야랑 먹어야 해, 둘이 쉬어라, 하며 훌쩍 떠나셨다.
대체 저 양반은, 어떻게 저러실 수 있는 거지.
우붓은 동티모르 일정 후 발리에서 쉬어 가자 했던 애초 계획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곳이었는데,
아이들과 바닷가 꾸따(Kuta)에서 시간을 보내던 중 장군 상태가 악화되는 바람에 포기했었다.
하루이틀 짧게 지내며 볼 생각이었던 우붓을 한 주 가깝게 찬찬히 보게 됐으니 새옹지마.
우붓은 인도네시아 다른 지역과는 좀 다른 특별한 '발리'를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게스트 하우스 객실 중 'Rice field view'가 있을 만큼 들 넓은 내륙이라 매력적이고
원숭이 보호 지역이 있어 걷기 상쾌한 숲도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거기에 발리에서만 볼 수 있는 자그마한 힌두 사원들도 많이 남아 있고,
예부터 지금까지 작업해 온 작가들의 미술품도 다양한 전시관에 점처럼 흩어져 있고,
바닷가보다 한산한 거리는 아기자기한 갤러리와 예쁜 소품 가게들로 채워져 있어 걷기 즐겁다.
잘 먹고, 잘 자고, 숲에서 원숭이들과 실랑이하기도 하고,
어느 하루는 종일 꽁지뼈가 빠지도록 자전거를 타다 길을 잃기도,
사롱(sarong) 하나를 사기 위해 반나절 동안 시장을 이잡듯 뒤지기도,
발리 현대 작가들의 그림이 몇 점 걸린 작은 전시관들을 탐닉하기도 하면서.
지금 생각하니 마치 신혼 여행처럼,
별다른 근심 없이 몸과 마음을 추스르며 쉬기만 했던 시간이었다.
기회가 주어졌을 때 정신 놓고 쉬고 놀았어야 했는데
미련한 우리들은 그 때도 완벽히 그렇게 하진 못했었다.
지나고 나면 모든 시간이 화양연화,
사진 속의 우리들은 참 어리다.
도깨가 사람만큼 많았던 우리 게스트 하우스
맛있고 가격 착한 집 앞 와룽, 데와
뎅기 앓고 잠시 미소년 되신 이 분, 남사스런 앵글로 한 번 잡아 보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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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래서, 그러나